"그걸 왜 그 돈주고 들어?"
내가 쓸밤 등록을 고민하고 있을 때, 남친이 내게 한말이다.
그래서 나도 "음... 역시 그렇지? 아닌 거 같지...?"하며 망설이다 입금일을 미뤘었다.
그리고 몇일 뒤, 나는 그에게 말했다.
"아냐, 역시나 나 할래. 전부터 하고 싶었거든."
쓸밤의 첫 모임과 그 밤을 기억한다. 열 다섯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수줍게 인사나누며, 옆에 앉은 낯선이에게 혹여나 내 팔꿈치가 부닥혀 불편을 주지 않을까 괜히 조바심 나던 그날을 말이다.
사실 난 그날밤 집을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문토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래 한봘 페이지를 살폈다. '두번째 수업전까지 취소하면 환불 몇 퍼센트니까 그럼 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겠구나'하면서 말이다.
지금은 그 이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, 아마 몇시간을 앉아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내게 큰 압박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. 아이러니한게 글을 쓰고 싶어서 가입한 모임의 탈퇴 사유가 글을 쓰기 싫어서라니. 언제나처럼 다시금 스믈스믈 기어올라오는 나의 귀차니즘에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채찍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. 그래서 그에게 주는 6주간의 채찍질을 이어나가기로 마음 굳혔는데, 돌아보면 사실 그 채찍질이 나에게 당근이 되었던 것 같다.
쓸밤의 지난 6주를 더듬으며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느끼고 주웠다.
먼저 언젠가 나도 써먹어야지 할 좋은 표현들도 얻었는데 '벽지 같은 사람'이라던지 '장조림의 온기를 핫팩삼아'등이 그러하다. 뿐만 아니라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, 덕분에 몇달만에 먼지 뿐인 내 책장에 밑줄 그득히 쳐진 책 한권이 새로 입주를 하게 되었다. 이래저래 느낀바로는 '우리나라 정말 야근강국이구나'라는 서글픈 사실과 '난 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 오늘도 수고하셨어요'라는 말한마디 못 건네는 어색한 사람인걸까 라는 것.
마지막으로 1년 365일 회사, 친구만 만나던 내 생활 범주에 새로운 이들과의 신선하고 신기한 만남이 그렇다.
각자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나타내니 모든 단어, 문장 하나하나가 그사람의 인격체같이 소중히 다가왔다. 그래서 6주동안 열다섯명이 쓴 열다섯권의 단편집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.
잠시 등록을 망설이고, 또 잠깐 그 등록한 것을 후회했던 밤도 있었지만, 이렇게 정말 모든 것이 끝난 이 마지막 밤. 시작하길 잘했고 또 끝까지 다 와서 잘했구나 싶다.
앞으로 나 슷로 혼자 쓸 수 있는 밤을 만들어 단편이 아닌 나의 장편을 '꾸준히'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해본다.